지옥은 이미 지하의 감옥이라는 뜻이지만 지옥 그 밑에도 지하감옥이 있었다. 살벌하다 못해 공허해진 곳, 핏물도 용암의 불꽃도 얼어붙어 바스러진 곳, 악마가 고통당하는 곳.
"하고싶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내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사지가 잘려 엎드러진 남자의 입과 하반신에는 어쩌면 간신히 사람 형태를 알아볼 것 같은 괴수 두 마리가 하나씩 붙어 흉흉한 생식기를 찔러넣는 중이었다. 그 앞에는 이질적이게도 현대적이고 말끔한 차림의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손에 쥔 분홍색 살덩이 한 점을 주물럭거리다 괴수 하나의 뒤통수 같은 쪽에서 벌걱대는 주둥이에 던져넣었다. 괴수의 이빨에 으깨지는 그것은 남자의 혓바닥이었다. 괴물들은 청년이 가까이 다가오자 허릿짓을 멈추고 움찔대더니 물러나 어두운 구석으로 사라졌다.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남자의 다물리지 못한 구멍에서 피 섞여 희뻘건 정액이 비져나왔다. 남자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벌벌 떨었지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음, 어디 보자. 그동안 반성은 했어? 에구, 나가기 전에 입 한번 써볼까 했는데 혀가 없으니까 별로 재미도 없겠다. 그치?"
청년은 혀가 뜯겨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만 헐떡거리는 남자의 머리채를 잡아올려 자기 얼굴을 보게 했다. 톤은 조금 다르지만 푸른 눈동자 두 쌍이 한 쪽은 웃음으로, 한 쪽은 눈물로 젖어 마주쳤다. 매로 터지고 찢어진 등허리에 청년이 손톱을 세워 손가락을 쑤셔박았다. 남자는 몸부림쳤으나 잘려나가 한 뼘씩밖에 남지 않은 팔다리는 어떤 저항도 되지 못했다. 청년은 남자의 등허리를 찢고 무언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시꺼멓고 번들거리는, 커다란, 사람의 키만해보이는 그것은 유리로 된 날개 한 짝이었다. 불에 탄 듯 재가 섞여 새까만 유리 날개가 핏덩이에 엉겨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자 남자는 기운이 다 빠진 듯 늘어져 젖은 눈을 껌벅거렸다. 청년은 자신의 손에서는 딱딱한 유리일 뿐인 날개가 땅바닥에는 진짜 날갯죽지처럼 늘어지는 것을 보고 신기한 듯 몇 번을 들추었다.
"예쁜아, 자꾸 천사랑 얽히네. 그러기야?"
잠시 주어진 휴식을 즐기려던 남자가 의문을 담고 눈꺼풀을 들었다. 청년은 대답해주지 않고 유리날개만 만지작대다가 그것을 바투 잡고 일어났다. 날개에 딸려 불안정한 모양으로 공중에 들려진 남자가 조금 버둥거리자 청년은 가벼운 새라도 손에 들고 있는 듯 그를 들어올려 다른 손으로 허리를 감아들었다.
"나가는 거니까 가만히 있자, 가나안. 가석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