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렉스

webmaster 2014.06.10 11:44

미드 한니발 -한니발 x 2014 로보캅 -알렉스 머피

 

나의 판단이 "나의" 판단이 아니었음을 처음 자각했을 때 든 생각은 '그래서 내게 남은 게 뭐지?'였다. 벌써 들끓는 구더기조차 허물어졌어야 정상이었을 텐데 가족을 생각하라는 사탕발림에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반납했고 몸뚱이가 부스러기만 남았다는 사실도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뇌에 심긴 칩이 내가 나를 그저 특수 갑옷을 입고 있는 경찰이라 생각하도록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것조차도 칩이 만들어낸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니까-자신이-조종당하고-있었던-것을-알아내서-분노하는-알렉스 머피라는 환상. 손을 잃은 연주자가 다시 영혼을 담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최첨단 기술인데, 그 정도 정교한 마인드 컨트롤 정도야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이 로봇의 조종사가 아니었다. 자신을 조종사라고 생각하는 탑승객일 뿐. 아니 탑승객조차 과분한 승격이다. 로봇의 유기체 부품이라고 하면 모를까. 그러니 이것은 알렉스 머피의 죄가 아니다. 그저 경미한 로봇의 오작동-혹은 전산오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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